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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신풍속도 ‘취업 사교육 열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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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먹는 대학생?’ 이젠 뿌연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해마다 좁아지는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한 대학생들의 소리 없는 전쟁은 활개 치는 사교육 속에 굳어지고 있다. 전공 과외와 영어학원에서부터 자기소개서, 공모전 과외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가에 몰아친 새로운 바람, ‘취업 사교육 열풍’을 짚어 보았다.
글_김민정 대학생기자(zoang23@naver.com)
사진_정재훈 대학생기자(coolbits@naver.com)
지방 모 국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유진 씨는 1년째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외국인과 1대 1로 진행되는 프리토킹 수업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월 40만 원. 주말에 듣는 토익 수업까지 합하면 매달 영어수업에 들어가는 비용만 50만 원에 달한다. 그는 중고생 과외비로 받는 돈을 학원비로 충당한다고 했다. “친구들도 대부분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취업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어요. 실제로 학원 수업을 통해서 토익 점수가 많이 오르기도 했고요.” 사교육 시장에서 번 돈으로 사교육을 받는, 사교육 시장의 최대 수혜자이자 공급자인 대학생.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발버둥은 사교육에 깊이 기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따라오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비싼 등록금에 만만치 않은 사교육비는 양극화를 초래하여 취업경쟁력 불균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의 ‘한국의 사교육비 격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 1500 가구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와 상위 20% 간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2001년 7.6배에서 2004년에는 8.6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학생 사교육 열풍으로 대학은 자칫 졸업장을 따기 위한 관문으로 전락해 ‘대학 교육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과외비 고액화 현상’과 같은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사교육 공화국’ 한국 대학생의 사교육 현주소
한국은행이 작성한 ‘2006년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우라나라 사교육비 규모는 8조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정부 예산(202조 원)의 3.96%에 이르는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또 다른 통계를 보면 2002년 기준 한국의 사교육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9%로 OECD 평균인 0.7%의 4배를 웃돌았고, OECD 회원국 중 사교육 지출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대학생이 취업을 위해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차지했다.
‘사교육 공화국’ 한국의 대학생 취업 사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잡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4년제 대학 2,3,4학년 재학생 17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취업 사교육 현황과 비용’ 조사 결과 대학생 2명 중 1명이 ‘취업을 위해 과외학습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이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지출하는 연간 과외 학습비는 1인당 평균 188만 원이라고 답했다. 과외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학생(61.7%)이 남학생(50.9%)보다 10.8%포인트 가량 높았고, 4학년의 58.8%가 취업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분야는 영어학원을 비롯해 방송 아카데미, 공무원 학원, 승무원(스튜어디스)학원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무기화학 일 주일 동안 과외 해 주실 분, 20만 원’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전공 과외, 국정원 대비 학원,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과외, 공모전 기획 과외 등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 직무적성검사의 모의테스트를 제공하거나 면접에 도움을 주는 ‘대기업 취업 족집게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이들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전문 강사의 대기업 직무적성검사 영역 특강은 열흘에 20만 원, 족집게 과외는 월 60만 원에 육박한다. 방송 아카데미 PD와 작가 과정은 200만 원, 아나운서 과정은 120만~200만 원을 웃돌고, 승무원 학원은 3개월 수강료 120만 원에 메이크업 박스 구입비나 프로필 사진 등의 부수적인 비용이 60만~80만 원 정도 추가된다. 매년 8월 치러지는 국정원 입사시험을 대비해 5월께 일선 학원들에선 국가정보학, 국사, 논술 등의 강의를 마련하는데, 수강료가 월 100만 원에 이른다.
쪽방에서 손때 묻은 두꺼운 장을 깨알 같은 글씨로 꼼꼼히 메우며 ‘출세’를 꿈꾸던 가난한 고시생도 이젠 옛말이 됐다. 학원 수강은 필수이고 사법연수원생에게 고액과외를 받기도 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표한 ‘2004년 사법연수원생 4352명의 출신 고등학교 분석’ 결과,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고등학교 출신이 전체의 1/10을 차지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교육에 기여할 넉넉한 지원금이 고시패스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잡코리아에서 ‘취업과외를 위한 비용의 출처’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스스로 번 돈에 부모님께 보조를 받는다’는 응답이 50.8%, ‘부모님께 받는다’는 응답이 20.2%에 달해 10명 중 7명 이상은 부모님께 일정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번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스펙 높이려면 사교육은 필수?
이처럼 치열한 대학생 사교육의 이면에는 취업의 벽이 높게 자리하고 있다. ‘경력자 같은 신입’을 모집하는 업체들과 해마다 줄어드는 일자리로 인한 고용 불안, 여기에 학력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사교육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스펙’을 높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명세서’라는 의미의 영어 ‘Specification’을 줄인 ‘스펙’은 대학생을 비롯한 구직자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로 학력,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어학연수나 인턴십 경력 등 ‘이력서’에 기입할 수 있는 자신의 객관적인 능력 또는 경력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스카우트’가 구직자 861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을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가 언제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3.68%가 ‘지원회사의 자격조건에 미달될 때’라고 답했고, ‘주변인들에 비해 자신의 스펙이 낮다고 느껴질 때’라는 응답이 20.33% 로 뒤를 이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스펙때문에 구직활동 단념을 고려하는 셈이다. 이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6.68%가 ‘모든 것에 굴하지 않고 스펙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고 답해 스펙을 올리기 위한 과열 경쟁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김한준 박사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자 경력을 쌓는 것이 손해는 아니지만 취업 이후 직무수행에 직접 연관이 되는 일인지 충분히 심사숙고한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필요한 사교육을 경계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대학생 수에 반해 취업자 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학생들이 취업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로 꼽힌다. 2003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층 노동시장 분석’ 연구 보고서는 청년 취업난의 원인에 대해 ‘경제위기 이후 청년 일자리의 지속적인 감소, 기업의 경력 중시형 노동력 수요로의 변화 그리고 청년층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대기업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취업 사교육’ 탈출구, 캠퍼스 안에 마련해야
좀처럼 풀리지 않을 대학생 취업 사교육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일선 대학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산대학교 종합인력개발원 윤형복 기획실장은 “각 학교에서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점차 학생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 프로그램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온라인 강좌와 각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이용할 수 있다”며 이제는 캠퍼스 안으로 고개를 돌려보라고 조언했다.
많은 대학들이 취업을 위한 실용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특성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학문ㆍ연구ㆍ산업클러스터를 통해 실무 중심의 맞춤식 교육을 시도하는 한편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활성화하고 우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진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학생들이 진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장형, R&D중심형, 창업중심형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각 학교 언어교육원도 좋은 사례다. 사설학원의 60%의 비용으로 학교 교수진에게 질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취업으로 향하는 외로운 길을 함께 이겨나가는 동고동락 ‘스터디’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우는 곳에 가르침이 있다는 말처럼 같은 분야를 함께 공부하며 답을 찾아가는 동안 값비싼 고액과외보다 더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학교들은 Tutoring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특정 과목에서 우수한 실력은 갖춘 tutor가 그 과목 학습 도움을 요청하는 tutee와 만나 팀을 이루어 공부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하면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부족한 전공과목을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삼성그룹 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이 지난해 말 83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2007년의 다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이 ‘어학능력 향상(34%)’, ‘원하는 직장 취직(20%)’을 꼽았다. 기업에서 졸업예정자를 반기는 탓에 졸업을 늦추는 ‘NG(No Graduation)족’의 등장과 더불어 ‘취업 사교육 열풍’은 이들의 절실한 취업 소망을 반영한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사회 구조를 논하며 공공 영역 일자리 창출, 대입 시스템 개편, 엄격한 학사관리 등의 대책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취업 사교육 열풍’은 취업난 속에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교육연대 최기호 사무총장은 “상아탑 대학 내 인성교육과 직업교육을 겸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현상을 메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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